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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주요 인사분들의 컬럼을 연재하는 코너입니다.

한국 양서파충류 문화의 전망과 우리의 역할

  • 작성자: 이태원
  • 작성일: 2020.04.20
  • 조회수: 891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 혹은 자신 이외의 것과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인 추동(推動) 가운데 하나로 오늘날처럼 1인 가구화, 독신 가구화, 독립 가구화되어 가는 사회에서도 이러한 인간의 본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평소 살면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데도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현대사회에서 온라인을 통해서까지 인간관계를 더욱 확대해 가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방문하고 또 ‘좋아요’를 누르십니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현대 사회의 인간은 또 그 ‘관계’라는 것에 치여 살기도 합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심리적, 경계적 시간적 여유를 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그나마 그렇게 어렵게 얻은 사회적 관계에서조차 회의감을 느끼고 쌓여진 관계를 회피하는 ‘인맥다이어트’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 자신이 쏟은 애정과 관심에 대한 타인의 무반응, 별 다르게 도움이 되지 않는 수많은 인간관계에 권태감과 회의를 느끼고 소위 말하는 ‘관태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고 그 결과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며 ‘관계의 미니멀리스트’,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한편으로는 관계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인간으로서의 본능적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에게 지워지는 힘들고 권태로운 관계를 거부하고 회피하고 싶은 양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립’적인 생활을 추구하면서도 ‘고립’되고 싶지는 않아 하는 마음. 어쩌면 이것이 곧 ‘현대인’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기존의 관계에 권태로움을 느끼고 구조 조정에 나선 이들이라도 결코 ‘혼자’로 남길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그에 대한 대안으로 마침내 ‘독립에 대한 열망’과 ‘고립의 거부’ 사이에 놓인 괴리를 메우는 이전과는 다른 즉흥적이고, 비연속적이며, 단발성의 밀도가 약한 새로운 형태의 관계들이 사회 곳곳에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티슈인맥’이란 말로 대표되는 쉐어 하우스나 원 데이 클래스, 기간제 취향 살롱과 같은 새로운 관계는 가족, 친척, 직장 등과 같은 고정된 관계 속에서 긴 시간을 들이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유지해야 하는 기존의 관계와는 완연히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함께 하되 서로를 강제로 구속하지 않는 조금은 ‘쿨’한 관계를 지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본다면 이른바 ‘가취관’이라는 새로운 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맺음’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하는 행동이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관계의 홍수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인이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기에 함부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변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넘어 이제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애완동물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위로해 주는 가장 최적의 대안이기도 하지만 혹자에게는 동물을 기른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새로운 관계맺음으로 인식되고 거기에서 오는 책임감과 부담은 평소 느껴오던 인간관계에서 오는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더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애견인과 애묘인의 사육인구 숫자의 격차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관계와 교감을 중요시하는 시대였기에 반려견이 대표적인 애완동물이었지만 현재는 좀 더 독립적인 동물인 고양이를 사육하는 사람이 개를 사육하는 사람의 숫자를 따라잡고 있는 중입니다.

 일본은 이미 2017년 반려묘의 숫자가 애견견의 숫자를 넘어섰는데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인구의 도시집중화, 1인가구화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으므로 동물 사육문화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보다는 고양이를 선택하도록 사회의 양상, 사회적인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수동물 사육 인구가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문제는 특이한 동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좀 더 늘어났다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애완동물로서의 특수동물의 존재를 인정하고 선호하며 생활에 있어 특수동물 사육의 장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고양이보다 현대 사회에 더 적합한 애완동물이 양서파충류이기 때문입니다. 


애완종만 수천종에 이르는 양서파충류는 불과 수십~수백종에 불과한 개, 고양이 보다 훨씬 선택의 폭이 넓고 고양이처럼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고, 개나 고양이처럼 사육에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필요치 않습니다.

산책을 시킬 필요가 없고 몸집이 작아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도 고령화 시대 고양이 사육인구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양서파충류의 경우 대부분 고양이보다도 크기가 작기 때문에 더욱 관리가 용이합니다.

특히 아파트나 연립 형태의 주택 비율이 높아 이웃과의 관계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 우리나라의 주거 특성상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아 타인과의 불필요한 관계 형성을 방지할 수 있는 점이 고양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이유라고 보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양서파충류는 더 이상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종마다 독특한 외형과 생태를 가지고 있기에 개성화 되어가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아름답게 꾸며진 사육장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집에서 자연을 느끼고 관찰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까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교감형성이 어려운 동물이기는 하나 이것은 오히려 새로 데려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더라도 전 주인을 그리워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살아가는 그야말로 쿨한 관계 형성이 가능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제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양서파충류 사육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우리 양서파충류 애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마냥 기뻐하고만 있어도 좋은 것일까요?

그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양서파충류가 애완동물로 가장 늦게 편입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인간에게 강한 공포와 거부감을 주는 존재였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양서파충류 애호가들이 앞장서서 올바른 양서파충류 사육문화를 정립해가지 않는다면 유구한 시간동안 사람들이 가져온 양서파충류에 대한 이 강력한 혐오와 거부감은 곧 양서파충류 사육문화 전체에 대한 혐오와 거부감으로 쉽게 전이될 가능성 역시 큽니다. 

애완동물로서의 양서파충류는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에 비해 사육자와의 교감을 형성하기 어렵고 아직은 일반 사람들에게 두렵고 낯선 매니악한 동물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동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인간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관심과 존중과 사랑 자체가 변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을 거두는 것을 신중히 하는 것. 
교감이 없다는 이유로 사육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동물 사육에만 매몰되어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손쉬운 관리를 핑계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동물을 수집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rder)가 되지 않는 것
공공장소에서 사육종을 노출하지 않고 탈출 방지를 확실히 하는 것
사육하는 동물에게 올바른 동물 복지를 제공하고 애정을 다하는 것
양서파충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여나가는데 앞장서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올바른 문화로 성숙시켜 나가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 양서파충류 애호가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일일 것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양서파충류문화가 시작된 지 3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에 의해 일찍부터 애완화되었던 다른 분류군에 비하면 지금 양서파충류를 기르고 관심을 가지는 모든 분들은 이 문화의 선구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올바른 양서파충류문화가 꽃피워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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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주 
* 인맥다이어트 : ‘인맥’과 ‘다이어트’의 합성어. 번잡한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나 바쁜 생활 때문에 의도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행위
* 관태기 : 관계+권태기, 인맥의 유지나 관리에 피로감이나 회의감을 느끼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는 상태
* 티슈인맥 : ‘티슈’와 ‘인맥’의 합성어.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필요할 때만 소통하는 일회성 인간관계’
* 가취관 : 가벼운 취향 위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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