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목록 추진과정의 문제점 및 협회의 입장

지난 2022년 11월 24일 개인이 기를 수 있는 동물을 국가가 정해 주겠다는 ‘백색목록(화이트리스트)제도’의 시행을 포함한『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양서파충류 사육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는 외래종 희귀 애완동물의 문화·산업적 가치를 도외시한 채 편협한 쇄국주의적 시각을 밑바탕으로 제정된, 규제 일색의 각종 법안이 오랫동안 관련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사육 문화의 발전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국내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의 복지를 제공하고자 하는 동물보호법의 기본 취지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그 누구도 없을 것이며, 국내 모든 양서파충류 관계자들 역시 그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먼저 밝힌다. 그러나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동물은 필연적으로 산업 및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고, 동물과 관련된 법은 모든 사람들의 삶과 밀착되어 있기에, 관련 법안의 제정은 ‘필요성’과 ‘실현가능성’을 검토한 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지극히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함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도가 과연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한 규제이며, 실제적으로 실현이 가능한가,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손으로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양서파충류인들의 크나큰 의문을 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른 대부분의 나라처럼 ‘흑색목록 방식’으로 외래 동물을 관리하고 있는 바, 이미 있는 제도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동물보호법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이 모든 양서파충류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지금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제도를, 외래종 양서파충류의 동정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으로, 그것도 1년도 안 되는 단시간 안에 만들어 시행하려고 하는 시도에 양서파충류계는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국내에는 외래종 관련 규정이 과도할 정도로 충분히 정비돼 있고, 내부적인 자정 활동에도 나름대로 힘쓰고 있는 양서파충류 사육 및 거래 환경에, 비과학적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얹는 것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오히려 밀수와 불법 사육의 증가, 그로 인한 동물복지를 저해라는 수많은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에 화이트리스트를 도입하기 전, 해당 국가의 현실적 상황에 대한 검토는 제대로 되었는지 의문이다. 연구진들은 화이트리스트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동물 복지 저해, 양서파충류 밀수와 밀거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 그리고 과연 이것이 해당 국가 국민성의 문제이며, 화이트리스트 제도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감히 단언 할 수 있는가?

화이트리스트의 시행은 기본적으로 애완 산업의 막대한 희생을 강요하며, 결국 국가적으로

‘반려동물을 제외한 나머지 애완 산업의 포기’를 의미한다.

양서파충류계는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한국양서파충류협회는 담당 부처인 환경부에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양서파충류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음과 같은 요구를 밝히는 바이다.

한국양서파충류협회

1. 화이트리스트의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재검토 하라.

2. 화이트리스트가 산업계와 문화계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조사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

3. 포유류가 아니라 양서파충류부터 화이트리스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인수공통감염병 및 생태계 교란 방지와 동물 복지 제공이 화이트리스트 시행의 목적이라면 왜 시급한 포유류부터 시작하지 않는가?

4. 백색목록 용역에 참여하는 연구진의 명단과 이력을 공개하라.

백색목록 제도를 주장하고 현재 관련 용역에 참여하고 있는 상당수는 외래종 양서파충류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사육 환경에 대한 비전문가라는 것이 양서파충류계 전체의 공통된 우려이다. 이에 용역 수행 연구진들이 해당 용역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차후 백색목록제도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명단과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양서파충류계는 차후 화이트리스트와 관련되어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이들 관계자들에게 끝까지 물을 것임을 밝힌다.

백색목록을 강행한다면

5. 백색목록 선정 후보종의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필요성을 제시하라.

수없이 많은 파충류 종 가운데 국내 기도입종만을 선정 후보종으로 평가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는 양서파충류 업계의 생존보다 용역 수행 연구진의 편의를 우선시한 것이다. 현재 화이트리스트 선정 기준마저 모호한 상태로 새로운 종이 화이트리스트로의 편입이 가능한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도입종만을 대상으로 화이트리스트를 수립한다는 것은 업계의 일방적이고 광범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6. 선정 후보종 가운데 화이트리스트에서 누락된 종이 있다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

7. 검역과 위해우려종 선정 기준을 검토하여 화이트리스트 평가 기준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다시 마련하라.

현재 마련된 화이트리스트 평가 기준은 조만간 시행될 검역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위해우려종 선정과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이중 규제의 우려가 있으며, 평가에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는 것이 양서파충류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8. 향후 백색목록내 신규종 추가와 관련된 규정을 명확히 하라.

향후 백색목록에 특정 양서파충류를 추가해야 할 경우 그와 관련한 절차 및 입증책임을 환경부가 지도록 하는 규정을 명확히 하라.

마침. 

참고 영상
1. 페뷸러스 화이트 리스트 관련 소통 라이브 

 https://www.youtube.com/live/ppVTb6Xx-D0?feature=share 

첨부자료

2023년 6월 27일 파충류 백색목록 마련 1차 이해관계자 간담회 자료